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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에너지진단, 투자와 성과로 이어져야

투데이에너지
2026-10-26
[시평] 에너지진단, 투자와 성과로 이어져야

이후경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에너지 가격의 불확실성과 탄소배출 규제가 커지면서 산업현장의 에너지 효율은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을 넘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 특히 석유화학과 기계·금속 산업 에서는 연료와 전력의 사용량뿐 아니라 생산공정 전반의 에너지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에너지를 얼마나 소비하는지 아는 것과 실제 소비를 줄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사용량 신고, 에너지 관리 기준 점검, 법정 에너지 진단 등 산업부문 에너지 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제도가 서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고자료는 통계로, 점검 결과는 체크리스트로, 진단 결과는 보고서로 남기 쉽다. 같은 사업장 에서 생산된 데이터가 축적돼도 설비 개선의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투자성과를 검증하는 데 지속적으로 활용되기 어렵다.

기존 진단의 또 다른 한계는 개별 설비 중심의 접근이다. 예를 들어 보일러 효율을 높이더 라도 공정의 증기 수요와 열회수 체계를 함께 분석하지 않으면, 사업장 전체의 절감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열교환기, 연소설비, 냉동기, 펌프와 같은 유틸리티는 생산공정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특정 설비의 효율 개선이 다른 공정의 운전 조건과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따라서 에너지진단은 일회성 설비 점검에서 공정과 유틸리티를 통합하는 분석체계로 전환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에너지사용 신고와 관리기준 점검, 진단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자산으로 바꿔야 한다. 데이터가 연결돼야 사업장별 효율 수준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개선 필요성이 큰 공정을 찾아낼 수 있다.

진단의 깊이도 단계별로 달라질 필요가 있다.

기초 단계에서는 설비 운영상태와 에너지 성능 지표를 정량적으로 점검하고, 다음 단계에서는 동종 업종과의 비교를 통해 에너지 사용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 정밀 단계에서는 열·물질수지와 공정 시뮬레이션,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설비나 운전 조건을 바꿨을 때의 절감 효과를 사전에 예측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진단서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투자 판단의 불확실 성을 줄이는 과정이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디지털트윈을 도입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입력 데이터의 품질이 낮거나 물리적 모델의 검증이 부족하면 정교해 보이는 분석도 잘못된 투자 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 투자비와 회수기간의 산정 근거를 명확히 하고, 실제 설비 개선 이후에는 생산량과 운전 조건의 변화를 반영해 절감 성과를 측정·검증해야 한다. 진단의 신뢰성은 알고리즘의 복잡성이 아니라 예측과 현장 성과의 일치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을 위해 석유화학·기계·금속 업의 공정과 유틸리티를 통합 분석하는 지능형 에너지진단 플랫폼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 관리기준 점검부터 사용 수준 진단, 시뮬레이션 기반 정밀진단까지 연계하고, 실증사업장의 에너지 효율을 15% 이상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중요한 것은 이 수치가 기술개발계획에 제시된 목표이지 이미 확보한 성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와 전문기관의 역할도 플랫폼 구축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이 신뢰할 만한 진단 결과를 얻고 실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와 금융·기술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 성과 역시 플랫폼 이용 기업 수나 진단 보고서 건수가 아니 라, 개선안의 실행률과 검증된 에너지 절감량으로 평가해야 한다.

에너지관리의 목적은 어디에서 에너지가 낭비되고, 어떤 개선이 경제적이며, 투자 이후 얼마만큼 절감됐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 이제 에너지진단은 의무 이행을 위한 보고서에서 벗어나 기업의 투자와 현장의 성과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의사결정 도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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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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