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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한시 완충·선별지원 중심 개선해야”

[에너지신문]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을 완충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장기적 가격 억제보다 한시적 완충과 취약계층·피해 업종에 대한 선별지원, 공급 안정 등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석유 최고가격제의 효과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한국·중국·태국·일본·싱가포르·미국·독일 등 주요국의 에너지 가격 안정 정책 비교를 통해 이같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3~8월 한국·중국·태국의 에너지 가격 전년 동월 대비 평균 상승률은 15.0%로 미국·독일의 24.9%보다 9.9%포인트 낮았다.
일본은 연료 보조금을 활용해 평균 상승률을 -4.5%로 낮추며 비교 대상국 가운데 가장 양호한 가격 안정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국가별 세금과 환율, 가격 반영 시차, 정책 수단 등이 다른 만큼 이런 차이를 최고가격제의 순수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가격 상승 자체를 없애기보다 상승률이 추가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는 데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올해 8~9월 한국의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1.8%에서 11.9%로 거의 유지된 반면 태국은 14.1%에서 20.7%로, 미국은 29.5%에서 37.6%로, 독일은 27.7%에서 37.1%로 각각 상승률이 확대됐다.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3월 대비 9월 1.6% 상승한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19.7% 올랐다.
이번 비교는 세금·환율·가격 조정 시차 등을 통제하지 않은 결과여서 정책 효과를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정책 수단에 따라 가격 안정 효과와 비용 부담 구조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은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하는 직접 가격관리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중국은 기존 국제유가 연동 가격체계에서 인상 폭을 제한했다.
태국은 유류기금을 통한 가격 완충에 나섰다.
일본은 법적 판매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대신 정유사와 수입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70엔 안팎으로 유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정책 시행 직전인 3월 16일 리터당 190.8엔에서 6월 1일 169.5엔으로 하락했다.
반면 미국은 전략비축유 방출 등 공급 확대 정책을, 독일은 한시적 유류세 인하와 주유소 가격 인상 횟수 제한을 활용했다.
산업연구원은 직접적 가격 통제뿐 아니라 보조금과 감세, 공급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이 에너지 비용 충격을 완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고가격제의 장점으로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국내 연료비와 물류비, 제품·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되는 속도와 폭을 완충하고 가계의 구매력과 기업의 비용 예측 가능성을 일정 부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격 급등에 따른 가수요와 사재기 유인을 줄이고 대체 공급선 확보와 재정 지원책 마련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 원유 조달 비용 자체를 낮추지는 못하는 한계가 따랐다는 분석이다.
가격상한이 장기화되면 국제가격과 국내 판매가격 간 격차가 누적되고 손실 보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정유사의 수익성과 유동성이 악화돼 공급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
가격상한 해제 이후 소비자 부담이 한꺼번에 확대될 가능성과 정부 재정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가격상한을 일률적으로 확대하기보다 국제가격과 환율, 국내 재고 및 가격 격차 등을 반영해 상한을 조정하는 ‘밴드형 상한’ 도입을 제안했다.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더라도 국내 가격에는 3~5%만 반영하는 방식으로 가격 충격을 분산하는 방안이다.
정유사 손실 보전 체계의 투명성도 강조했다.
실제 원유 도입가격과 운송비, 정제비, 정상 마진 등을 기준으로 사후 정산하고 정부 지급액뿐 아니라 미지급 보전액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전 체계가 불투명하거나 정산이 지연되면 가격상한에 따른 부담이 정유업계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원 방식은 보편적인 가격 억제에서 선별지원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소득 가구를 비롯 화물운송·농어업·중소제조업 등 연료비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부문을 우선 지원하고 석유화학·철강 등 에너지 집약 업종은 원료 조달과 유동성, 실제 생산·수출 감소 여부를 고려해 지원 대상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생산자물가지수와 제조업 경쟁력도 주요 정책 판단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철강·자동차·조선·물류산업의 에너지 비용 대비 매출액, 단위 생산비, 수출단가와 수출 물량 등을 월별로 점검해 정책 효과를 종합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 측 대응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비축유와 상업 재고를 적절히 운용하고 UAE·사우디아라비아·카자흐스탄·오만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운송·보험 제약을 완화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수동 선임연구위원은 가격상한의 한시적 운용과 검증 가능한 손실 정산, 취약계층·피해 업종 선별지원, 공급 안정 및 효율 개선을 결합한 뒤 여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것을 제안했다.
정책 성과 역시 단순한 에너지 가격이나 물가 변동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가계의 실질 부담, 산업의 생산·수출, 공급 안정성과 재정 부담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