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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논단] 우주항공을 제외한 ‘국민성장펀드’, 정말?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에너지신문]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지형을 바꿀 150조원 규모의 초대형 정책 금융인 ‘국민성장펀드’가 출범했다.
반도체, AI, 이차전지, 바이오 등 나라의 명운이 걸린 10대 국가첨단전략산업과 핵심광물, K-콘텐츠를 포함한 총 12대 산업 영위 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거대한 미래 설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심각한 맹점과 모순이 발견된다.
바로 인류의 첨단 기술이 모두 집약된 ‘우주항공’ 산업이 정작 지원 대상에서 전면 제외돼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이런 갈지자 행보는 시장에 큰 혼선과 실망을 안기고 있다. 당초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항공우주 방산’ 분야에 3조 6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열린 정책금융지원협의회에서도 우주항공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치켜세우며 대규모 지원 사실을 홍보했다.
하지만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한국산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의 뚜껑을 열어보니 K문화·콘텐츠는 추가된 반면, 우주항공 산업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보면 이러한 결정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 우주경제 시장 규모는 2024년 4637억달러(약 630조원)에서 오는 2035년 1조 556억달러(약 1440조원) 규모로 연평균 8%씩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가치 최대 2조 달러를 평가받으며 글로벌 증시의 판도를 흔드는 초대형 IPO를 단행하는 것만 보아도 우주항공의 거대한 시장성과 파괴력은 이미 증명됐다.
우주항공은 단순한 제조업의 연장이 아니라, 초정밀 기계, 소재, 통신, 빅데이터 등 전방위 신기술을 견인하는 ‘첨단산업의 총아’이자 국방 기술 패권의 핵심이다.
현재 한국의 우주산업 규모는 약 3조원 안팎으로 세계 시장의 1% 미만에 불과한 후발주자다.
그러나 반도체, 배터리, ICT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주력 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적절한 자본 투입과 연계만 이뤄진다면 폭발적인 수출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초동 단계에서 대규모 자본과 장기 투자가 필수적인 산업 특성상,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와 같은 정책금융의 마중물 역할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 캐시카우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모순적 결정은 고스란히 지역 소멸 위기와 국가 균형 발전의 후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 뻔하다.
현재 고흥과 순천에 조성 중인 항공우주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은 물론, 무안공항에 투자하려던 미 항공기 개조기업 KMC, 현대로템의 우주항공 R&D 센터 등 민간의 혁신적인 투자 계획들이 국민성장펀드의 금융 지원 흐름에서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로 '지역성장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정작 지역에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을 우주항공 투자 기업들이 '12대 산업'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펀드를 이용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대로 방치된다면 국민성장펀드는 대기업과 수도권 중심의 산업에만 돈이 몰리는 ‘수도권·대기업 성장펀드’로 변질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 등으로 국민성장펀드의 세제 혜택과 의무 투자 비율(60%) 등 구체적인 규제가 완비되고 있는 만큼, 첫 단추인 산은법 시행령에서 우주항공이 누락된 불이익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이제라도 빗나간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국산업은행법 시행령을 즉각 재개정해 우주항공을 국민성장펀드의 지원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것이다.
아울러 12대 분야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비수도권에서 250~300명 이상의 상시 고용을 창출하며 지역 소멸에 대응하는 기업이라면 과감하게 지원을 확대하는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우주항공산업을 외면한 국민성장펀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며, 미래를 향해 날아오를 수 없다. 정부는 전남광주 지역 등 지역의 첨단 전략산업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지형을 올바르게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맞춤형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다.
우주항공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야말로 150조원의 국민 자금을 대한민국 미래 경제의 진정한 도약을 위해 가치 있게 쓰는 길이다. 정부의 재고와 개선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