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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RE100...노후 공장지붕에 태양광도 못 올려"
[에너지신문] 서남권 경제의 핵심 축인 대불국가산업단지가 글로벌 탄소중립 규제라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아 고민에 빠졌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확대와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요구가 현실로 다가왔으나, 정작 현장 기업들은 인프라 노후화와 정보 부족으로 선뜻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암군에너지센터가 9일 산업단지공단 전남서부지사에서 개최한 ‘대불산단 RE100 대응 및 에너지자립 전략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중소 수출기업들의 현실적인 애로 및 요구사항이 쏟아졌다.

▲산단태양광 전경(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수출 장벽된 CBAM·RE100...기업 "준비 부족해 큰 부담"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대불산단 입주 기업들은 특히 EU CBAM 확대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CBAM은 글로벌 탄소 규제의 대표적인 형태로,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전면 도입될 경우 해외 시장을 무대로 하는 수출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관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참여 기업 관계자는 "CBAM에 대한 준비가 부족할 경우 향후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산단 차원의 체계적인 공동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현장의 위기감을 전했다.
문제는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실행 방향을 잡지 못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기업들은 "RE100을 이행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당장 무엇부터 시작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토로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실질적인 이행 방안 및 단계별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태양광 올리고 싶어도 '노후 지붕' 걸림돌...맞춤형 컨설팅 절실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대안으로 꼽히는 ‘공장 지붕 태양광’ 설치 역시 현장에서는 규제와 여건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많은 기업이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태양광 발전 시설 도입을 희망하고 있으나, 대불산단 내 상당수 공장 건축물이 노후화된 탓에 구조안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붕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태양광 패널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 기업들은 무작정 도입을 추진하기에 앞서 태양광 설치 가능 여부를 사전에 진단해 주는 제도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성 확보에 대한 정밀한 분석 도구의 부재도 기업들의 발을 묶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들은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할 때, 생산된 전력을 공장 자체에서 자가소비하는 것이 이득인지, 아니면 한전에 판매(PPA 등)하는 것이 유리한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탄소저감 효과와 전력 판매 수익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전문적인 컨설팅 지원이 시급하다는 건의가 쏟아진 이유다.

▲9일 ‘대불산단 RE100 대응 및 에너지자립 전략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분산에너지·해상풍력, 새로운 기회...'대불산단형 로드맵'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불산단이 마주한 에너지 전환 국면이 위기만은 아니다. 세미나에서는 최근 에너지 업계의 화두인 △지역별 차등요금제 시행에 따른 기업 지원방안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및 가상발전소(VPP) 실증사업 추진 △서남권 해상풍력 30GW 시대에 따른 조선·해양기자재 기업의 사업 기회 등 지역 특성을 살린 돌파구들이 함께 논의됐다.
특히 전남도가 추진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은 대불산단 내 조선 및 해양기자재 기업들에게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기회 요인으로 평가된다.
영암군과 영암군에너지센터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대불산단 입주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RE100 추진 현황과 재생에너지 도입 여건을 전수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맞춤형 실행 전략을 담은 ‘대불산단 기업 RE100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오성현 영암군에너지센터장은 "CBAM 대응, RE100 이행, 태양광 보급 확대, 전기요금 절감 등 기업들이 주신 절박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대불산단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RE100 산업단지 모델로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