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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AS 전면 금지 역풍…유럽 히트펌프 업계 집단 반격

투데이에너지
2026-06-16
PFAS 전면 금지 역풍…유럽 히트펌프 업계 집단 반격

PFAS 전면 금지 역풍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유럽이 추진하는 PFAS(과불화화합물) 전면 금지 정책이 오히려 화석연료 사용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탈탄소 전환의 핵심 수단인 히트펌프 보급을 늦추면서 결과적으로 기후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냉동공조·히트펌프 업계는 최근 이 같은 논리를 앞세워 PFAS 규제에 대한 조직적인 반격에 나섰다. 산업계는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체 기술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전면 금지가 경제와 기후 모두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 내 냉매 제조사와 가전 대기업, 부품 협력사 등 50여 개 글로벌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EPEE(유럽에너지·환경파트너십)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컨설팅 기업 ERM(환경자원관리)에 의뢰해 작성한 사회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달 브뤼셀에서 공개된 보고서는 유럽화학물질청(ECHA) 등이 검토 중인 PFAS 냉매 전면 금지 조치가 가져올 경제적 비용과 기후정책상의 역효과를 집중 분석했다.

"환경 규제가 탈탄소화를 늦춘다"

유럽연합(EU)은 환경오염 우려를 이유로 2030년부터 히트펌프와 에어컨 등에 사용되는 PFAS 계열 냉매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현재 모든 냉난방 분야에서 기존 냉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단일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대체 냉매로 거론되는 프로판과 이산화탄소는 일부 분야에서는 효과적이지만 폭발 위험성, 독성, 높은 작동 압력 등의 제약으로 병원, 데이터센터, 초고층 건물 등 다양한 환경에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산업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후정책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냉매 공급이 급격히 제한되면 히트펌프 제조와 설치 비용이 상승하고 보급 속도 역시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기존 가스보일러를 더 오래 사용하게 되고, 유럽이 추진하는 건물 부문 탈탄소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즉 환경을 지키기 위한 규제가 오히려 탄소배출 감축을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367억유로 손실…일자리 4만3천개 감소

보고서는 규제 시나리오별 경제적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2030년부터 PFAS 냉매를 전면 금지할 경우 유럽 제조업 총부가가치에서 367억유로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현재 환율 기준 약 58조원 규모로 국내 주요 가전기업의 연간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고용시장 충격도 적지 않다. 보고서는 2030년에만 약 4만3천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F-가스 냉매 사용은 유지하되 누출률 규제 강화와 사용 후 회수율 제고 등 위험관리 방식을 채택할 경우 경제적 손실은 46억유로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시에 배출량은 전면 금지 우회 시나리오보다 더 높은 39% 감축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는 이를 근거로 "전면 금지보다 관리 강화가 비용과 환경 측면에서 모두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계와 환경당국의 충돌

업계가 위험관리 방식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미 시행 중인 EU F-가스 규정 체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새로운 대체 냉매 개발과 제품 인증에는 최소 5년에서 최대 12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 대한 해석에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보고서를 발주한 EPEE는 냉매 제조사와 히트펌프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산업단체다. 따라서 경제적 피해 규모나 기술적 한계가 산업계 관점에서 다소 강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환경단체와 규제 당국은 PFAS가 자연적으로 거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는 만큼 장기적인 환경·보건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번 논쟁은 환경 보호와 산업 경쟁력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탈탄소 전환의 속도'와 '환경오염 최소화' 사이에서 현실적인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둘러싼 충돌에 가깝다는 평가다.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변수

이번 논쟁은 유럽 시장을 겨냥하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히트펌프 및 냉동공조 부품 공급망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은 유럽 환경 규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만약 PFAS 전면 금지 일정이 완화되거나 위험관리 방식으로 수정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차세대 냉매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규제가 예정대로 강행되면 연구개발(R&D) 투자와 제품 인증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럽의 PFAS 논쟁이 단순한 화학물질 규제를 넘어 향후 글로벌 히트펌프 산업의 기술 표준과 공급망 재편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용어 설명]

PFAS(과불화화합물) : 자연 분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불리는 화학물질군.

EPEE : 유럽 냉동공조·히트펌프 산업계를 대표하는 로비 단체.

F-gas : 냉동공조기기 냉매로 사용되는 불소계 온실가스.

RACHP : 냉동(Refrigeration), 공조(Air Conditioning), 히트펌프(Heat Pump) 산업 전반을 뜻하는 용어.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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