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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풍력 잇단 사고에 칼 빼든 정부...안전체계 전면 개편

에너지신문
2026-06-18
육상풍력 잇단 사고에 칼 빼든 정부...안전체계 전면 개편

[에너지신문] 최근 잇따른 풍력발전기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육상풍력 산업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설비 보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설계와 운영, 유지관리, 폐기·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특히 설계수명인 20년을 넘긴 노후 풍력설비에 대해 안전성평가를 의무화하고, 위험 판정을 받은 설비는 철거까지 연계하는 강도 높은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국내 풍력산업의 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8일 육상풍력 업계 간담회를 열고 ‘육상풍력 전주기 관리 강화방안’을 공개했다. 이는 최근 반복된 노후 풍력설비 사고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종합대책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4~5월 가동 15년 이상 설비 163기를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으며, 점검 과정에서 확인된 현장의 위험요인을 정책에 반영했다.

▲지난 3월 발생한 영덕풍력 화재사고 현장.
▲지난 3월 발생한 영덕풍력 화재사고 현장.

▶사고 늘어나는데 관리제도는 ‘제자리’

이번 대책의 배경에는 빠르게 증가하는 노후 풍력설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가동 20년을 넘긴 육상풍력 설비는 126MW(80기) 규모로 전체의 약 6% 수준이다. 그러나 오는 2030년에는 355MW(208기)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노후 설비 증가와 함께 사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풍력 사고는 총 10건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들어서만 영덕풍력 타워 도괴 사고와 화재 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사고 유형도 나셀 화재, 인버터 화재, 타워 붕괴, 블레이드 파손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풍력설비는 3년 주기의 법정 정기검사를 통과하면 설계수명과 관계없이 계속 운영이 가능했다. 검사 역시 기술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부품 열화 상태나 잔여 수명 평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사실상 노후 풍력설비에 대한 별도 관리체계가 없었던 셈이다.

아울러 현재 운영 중인 풍력발전기 816기 가운데 약 198기는 터빈 제조사가 이미 사업에서 철수한 상태다. 제조사의 기술지원이 끊긴 설비를 소규모 유지관리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사례가 늘면서 안전관리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년 넘으면 ‘안전성평가’ 의무화

이번 대책의 핵심은 노후 풍력설비 안전성평가 제도 도입이다. 정부는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을 통해 사용전검사 후 20년이 경과한 풍력단지를 대상으로 3년마다 정밀 안전성평가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발전사업자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전기계통, 구조물 상태, 주요 설비 수명, 발전 성능 등을 종합 진단한 뒤 결과를 전기안전공사에 제출해야 한다.

평가 결과는 A·B·C 세 등급으로 구분된다. A등급은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로 즉시 운영을 지속할 수 있다. B등급은 보수·보강을 전제로 조건부 운영이 가능하며,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허가 취소 대상이 된다. 가장 강력한 조치가 적용되는 C등급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설비로 분류돼 운영이 중단되고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철거 절차에 들어간다.

특히 정부는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철거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 발전사업허가 취소와 행정대집행까지 가능하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다. 이는 지금까지 사실상 사업자 자율에 맡겨졌던 노후 풍력설비 관리에 강제력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후 풍력설비 관리체계.
▲노후 풍력설비 관리체계.

▶패러다임 전환...‘안전 중심 성장’ 선언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단순한 안전대책을 넘어 풍력산업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국내 풍력정책은 인허가 개선과 보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최근 발생한 사고들은 주민 수용성 확보가 풍력산업 성장의 전제 조건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는 분석이다. 특히 풍력발전기는 수백톤 규모의 초대형 구조물인 만큼 단 한 번의 사고도 지역사회에 큰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번 대책에서 "안전 확보와 보급 확대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육상풍력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풍력 설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발전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리파워링 시장 확대 가능성도

안전성평가 제도는 향후 국내 리파워링 시장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높다.

현재 국내 풍력단지 상당수는 2000년대 초반 설치된 1~2MW급 터빈을 사용하고 있다. 최신 풍력발전기는 동일 부지에서도 수배 이상의 발전량을 확보할 수 있어 노후 설비를 철거하고 신규 설비로 교체하는 리파워링의 수요가 꾸준히 있어 왔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리파워링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간소화, 계통 유연접속 허용, 금융지원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계통 부족 지역에서도 출력제어를 조건으로 우선 접속을 허용하는 방안은 사업성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리파워링 인센티브와 함께 주민참여 확대, 지역 인재 고용, 국내 공급망 활용 등을 의무화해 지역 상생과 산업 육성 효과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전략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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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파워링을 통한 노후설비 전환 지원 체계.

▶유지관리·재활용 산업도 새 성장동력

이번 대책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풍력 유지관리(O&M) 산업과 재활용 산업 육성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발전사업자와 유지관리 전문기업 간 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유지관리 전문기업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발전정비 공기업인 한전KPS의 역량을 활용해 풍력 유지관리 시장의 공공 백업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다.

폐기 단계에서는 지금까지 대부분 소각이나 매립에 의존했던 블레이드와 나셀 재활용 기술 개발도 추진된다. 특히 발전기 내부에 포함된 희토류, 니켈, 코발트 등 핵심광물 회수 기술 확보는 자원안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정부는 권역별 거점수거센터를 활용해 풍력 폐기물 회수체계를 구축하고 재활용 산업 생태계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풍력 확대의 최대 과제는 안전 신뢰 확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풍력발전이 국내 전력시스템의 핵심 재생에너지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신뢰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답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노후설비 안전성평가와 철거 의무화는 국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보기 드문 강력한 사후관리 제도로 꼽힌다. 향후 풍력산업은 단순한 설비 보급 경쟁에서 벗어나 안전성, 유지관리 역량, 리파워링 능력까지 포함한 종합 산업 경쟁력 시대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의 성패는 안전성평가 제도의 실효성과 리파워링 지원 정책이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안전한 운영, 책임 있는 전환’이 실제 풍력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s://www.energ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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