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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망]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제'가 당기고 '공급 부족'이 발목
롯데케미칼 재생플라스틱 소재 PCR-PP, PCR-PC, PCR-ABS, PCR-PE의 모습.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와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선언에 힘입어 글로벌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 능력과 원료 확보의 한계는 향후 시장 성장의 속도를 결정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031년 1179억 달러 시장으로 우뚝… '규제'가 이끈 성장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위센 리서치(Wissen Research)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기준 766억 달러 규모인 글로벌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은 연평균 9%씩 성장해 오는 2031년 1179억 달러(한화 약 1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의 일등 공신은 글로벌 규제다. 당장 두 달 전인 2026년 8월부터 시행된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은 2030년까지 일회용 음료병에 최소 30%, 기타 포장재에 35%의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했다. 인도 역시 올해(2025-26년) 강성 포장재에 30%의 재활용 성분 포함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2028-29년 60%까지 확대된다. 코카콜라, 유니레버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도 자체적인 재활용 전환 목표를 잇달아 발표하며 수요를 폭발적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돈 이전에 물건이 없다"… 수요-공급 미스매치 심화
문제는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부족’과 ‘인프라의 한계’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재생 PET(rPET) 수요는 2030년까지 50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공급 능력은 절반 수준인 25억 파운드에 불과하다. 유럽 역시 목표 달성을 위해 1600만 톤의 용량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1320만 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치솟는 가격도 가치사슬(Value Chain) 확장의 걸림돌이다. 2025년 중반 기준 석유에서 막 뽑아낸 일반(버진) PET 가격은 톤당 약 1000유로였던 반면, 재활용 PET(rPET)는 최대 1800유로까지 치솟았다. 가격 차이가 과도하게 벌어지자 일부 음료 브랜드들은 자발적 재활용 목표를 낮추거나 법적 최소 기준선으로 후퇴하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기계적 재활용 넘어 '화학적 재활용' 영토 확장
시장은 기존의 기계적 재활용(수집·파쇄·세척·용융) 방식을 넘어, 오염되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첨단(화학적) 재활용’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화학 및 에너지 대기업들의 대규모 공장 가동도 올해(2026년)를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토탈에너지(TotalEnergies)는 지난 3월 프랑스에 연간 1만 5천 톤 규모의 열분해 공장을 가동했고, 네스테(Neste) 역시 핀란드 포르부 정유소에 1억 1100만 유로를 투자해 액화 폐플라스틱 처리 시설을 올봄 열었다. 엑손모빌은 미국 내 첨단 재활용 능력을 총 5억 파운드까지 확대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한국의 SK케미컬 역시 화학적 PET 공장에 약 1억 달러를 투자해 경쟁에 가세했다.
아시아·태평양이 시장 주도… 미래는 인프라 순도 싸움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글로벌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의 선두에 서 있다. 세계 최대의 제조 역량과 플라스틱 소비력을 가진 중국은 2025년 한 해에만 2000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회수하며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인도의 가네샤 에코스피어 역시 자국 PET 병 폐기물의 16~18%를 재활용하며 생산 능력을 급격히 확대하는 중이다.
보고서는 향후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의 승패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집 및 분류 인프라’와 ‘재활용 수지의 순도(품질)’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수입산 플라스틱의 허위 라벨링 문제와 EU 전역의 플라스틱 폐기물 종료 기준 부재로 인한 금융 손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 규제가 시장의 확실한 하한선을 만들어 준 것은 맞다"면서도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버진 플라스틱과의 가격 격차 해소와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