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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가스법 시행 3년, 현장을 묻다 下 ] 바이오가스 활용시장과 정책의 엇박자
생산은 늘었지만 활용되지 못해 소각되는 바이오가스 산업의 현실 / AI 생성이미지
[투데이에너지 김원빈 기자]
바이오가스, 생산은 늘었는데 절반은 태운다
2023년 국내 바이오가스 생산량은 383백만㎥로 2013년(205백만㎥)보다 87% 늘었다. 10년간 꾸준히 성장한 수치다. 정부는 바이오가스법을 시행하며 유기성 폐자원의 에너지화를 확대하고 생산목표제를 도입하는 등 바이오가스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생산 확대가 곧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생산된 바이오가스 가운데 도시가스로 외부 공급된 물량은 4.5%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인 56.1%는 시설 내부에서 자체 소비됐다. 생산은 늘었지만 활용은 제자리를 맴도는 셈이다.
현장 데이터는 이 간극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4년 관리카드를 확인한 15개 시설 가운데 외부에 바이오가스를 공급한 곳은 대전하수처리장(열병합발전소 온수판매)과 김해시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한전 매전), 충주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수소충전소) 세 곳에 불과했다. 외부 수요처를 확보한 시설조차 생산량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충주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는 고질화 설비와 수소충전소 보수 기간이 겹치면서 연간 생산량 262만7648㎥ 가운데 89만4668㎥(34%)를 소각했다. 수원생태수자원센터는 221만3955㎥를 생산했지만 활용한 건 91만3931㎥에 그쳤다. 절반이 훌쩍 넘는 130만24㎥(58.7%)가 소각됐다.
2020년대 들어 바이오가스 생산량 증가율도 3%대로 둔화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기존 시설 노후화와 신규 투자 부진, 수요처 확보의 어려움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바이오가스법으로 생산 의무는 확대됐지만 생산된 가스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시장과 제도는 아직 현실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도시가스법 시행규칙 제 10조의2' 내용
규제의 구조 — 품질은 협의, 물량은 획일 제한
현행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은 바이오가스 제조업자가 수요자에게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양을 월 30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024년 기존 1만㎥에서 30만㎥으로 한도를 확대했다. 직공급 자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인 의미 있는 규제 완화였다.
그런데 같은 시행규칙에는 눈에 띄는 조항이 있다. 바이오가스를 전용배관으로 공급하는 경우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사전 검토와 수요자 협의를 거쳐 별도의 품질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품질은 사업자와 수요자가 협의를 통해 탄력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공급량은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구조다.
실제 업계가 제기한 도시가스 관련 민원에서도 이 부분이 지적됐다. 전용배관 공급 시 별도 품질기준을 설정할 수 있음에도 직접 공급량은 월 30만㎥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품질 관리와 물량 규제가 서로 다른 논리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바이오가스 생산업체 관계자는 "안전을 이유로 물량을 제한한다면 품질도 같은 논리로 관리해야 일관성이 있다"며 "품질은 협의를 통해 정하면서 물량만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규제 논리로서 설득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논리 — 안전과 시장 안정성
산업부가 규제를 유지하는 이유도 있다. 배관 안전관리와 바이오가스 품질 저하에 따른 배관 부식, 수급 불균형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화수소(H₂S)와 수분이 금속 배관을 부식시킬 수 있다는 것은 업계도 인정하는 기술적 문제다. 산업부 입장에서 지난해 직공급 한도를 1만㎥에서 30만㎥으로 확대한 것은 상당한 규제 완화였다. 2014년 월 1만㎥ 한도가 처음 설정됐을 당시에도 직접 공급 증가로 인한 일반도시가스 수요 감소와 전체 공급비용 증가 등 소매시장 영향을 고려한 조치였다.
업계도 안전 문제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용배관 사용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사전 검토, 수요자와의 품질기준 협의가 이뤄진 경우라면 상당 부분 위험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안전을 담보하는 조건들이 제도 안에 마련돼 있는데 이를 충족해도 물량만은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 불만이다.
제도의 빈자리 — 거래기준과 활용체계
현행 규정상 전용배관 직공급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사전 검토와 수요자 협의를 거쳐 별도의 품질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다만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명확한 거래 기준과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미비하다"고 진단했다. 바이오가스 유통이 지역 도시가스사업자를 중심으로 소매시장에 국한되면서 보다 광범위한 유통체계 구축에 필요한 기준 정비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과 업계는 바이오가스 생산지와 수요처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존 도시가스 배관망을 활용한 주입 체계와 전력 분야의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와 유사한 바이오가스 등록·인증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증서를 통해 물리적 위치와 관계없이 바이오가스 사용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지리적 제약과 수요·공급 불일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적 미비가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생산된 가스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길은 제한하고 있다"며 "안전 문제를 전제로 하더라도 기존 도시가스 시장 구조를 고려한 규제가 유지되면서 재생에너지 활용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좁은 판로 — 규제보다 더 큰 구조적 과제
직공급 규제와 별개로 생산된 바이오가스의 판로 자체가 좁다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도시가스 시장의 지역적 특성과 바이오가스 공급의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생산업자의 협상력이 약화된다고 분석했다. 각 공급권역 내 도시가스사업자가 배관망을 운영하는 구조상 바이오가스 생산업자는 제한된 수요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인근 도시가스사의 협조 없이는 대체 수요처를 발굴하거나 안정적으로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운 공간적 제약이 존재한다.
가격 구조도 생산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현행 도시가스 공급 체계에서 도시가스사가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원료비보다 높은 가격으로 바이오가스를 구매할 경제적 유인이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바이오가스 생산자는 도시가스사에 판매할 때 가스공사 원료비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현장 사례도 이를 보여준다. 세종 수질복원센터A는 생산량의 50.9%인 67만7830㎥를, 광주제1·2하수처리장은 "저장공간 부족에 따른 과생산분"을 각각 소각했다. 남원음식물바이오가스화시설은 "보일러·슬러지건조시설 사용 후 잉여가스 연소", 사천시 음식물류폐기물바이오가스화시설은 "설비의 최대 활용에도 발생가스량이 더 많다"고 관리카드에 적었다. 만들고 나서 쓸 곳이 없어 태우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직공급 한도를 확대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요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는다면 바이오가스 활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 직공급 규제 완화와 함께 신규 수요처 발굴과 활용시장 확대를 함께 요구하는 이유다.
독일 EnviTec Biogas의 바이오가스화 시설 / EnviTec Biogas 제공
독일은 어떻게 하나 — 품질로 관리하고 활용시장은 연다
독일은 바이오가스를 정제한 바이오메탄을 천연가스 배관망에 직접 주입하는 '그리드 인젝션(Grid Injection)'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품질기준을 충족하면 배관망 접속을 허용하되 공급량 자체를 획일적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 바이오메탄은 도시가스 공급뿐 아니라 발전과 난방, 산업용 연료, 수송용 연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생산자가 시장에서 직접 가격을 받고, 정부가 정한 기준 가격과의 차이를 차액계약 방식으로 보전하는 구조가 생산업자의 경제적 유인을 뒷받침한다.
한국과 독일의 제도는 여건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국내 도시가스 외부 공급 비중이 4.5%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바이오가스 활용 기반 확대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 확대 다음은 활용 확대
직공급 규제의 현실적 해법으로는 무조건적인 철폐보다 조건부 확대가 거론된다. 전용배관 사용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전 검토, 수요자와의 품질기준 협의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경우 단계적으로 공급량 제한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직공급 규제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생산시설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수요시장 확보, 활용 인프라 구축, 기술개발,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수요독점 구조 개선을 위해 도시가스사업자의 바이오가스 업체 수직계열화나 한국가스공사의 일괄 구매·공급 방식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바이오가스법 시행 이후 생산목표제는 작동하고 있고 직공급 한도도 확대됐으며 정부의 기술개발과 해외 협력도 추진되고 있다. 각각의 정책이 틀린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생산과 판로, 기술과 시장, 환경과 에너지 정책이 하나의 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생산은 이미 늘고 있다. 그리고 전국 현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활용되지 못한 바이오가스가 소각탑을 통해 대기 중으로 사라지고 있다. 바이오가스 산업의 다음 단계는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생산된 바이오가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