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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늘의 친환경, 내일의 규제
임자성 기자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기후위기 대응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냉동공조 업계도 지구온난화지수 (GWP)가 낮은 HFO 계열 냉매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외 대기업들이 앞다퉈 HFO 적용 라인업을 선보이며 이를 차세대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 (EU)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유럽은 HFC 감축을 넘어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과불화화합물(PFAS) 규제를 가시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친환경 대안 으로 주목한 HFO 냉매 상당수가 분해 과정 에서 PFAS 물질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너지환경파트너십(EPE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PFAS 전면 금지 시 대체 기술이 부족한 수송 냉동 및 산업용 냉각 분야는 막대한 경제적 타격과 자재 수급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현지 업계는 규제 철회보다는 유예기간 연장과 누설률 저감 등현실적인 대안을 요구하며 규제 당국과 접점을 찾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 산업계도 냉정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냉동공조 설비는 한 번 도입하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장기 자산이다. 눈앞의 GWP 규제 대응에만 매달린 채 HFO에 안주한다면, 몇 년 뒤 유럽 수출길이 막히거나 이중 투자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HFO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보다 지속가능한 냉매 체계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징검다리에 가깝다.
유럽 선도 기업들은 이미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프로판 등 불소계가 아닌 ‘자연 냉매’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기준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자연 냉매 기술 확보와 부품 국산화에 속도를 내야 하며, 정부 역시 설비 전환 비용 지원과 품질 인증 체계 구축 등 인프라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실제로 국내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제 정보가 불명확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으며, 소형기기 위주의 임시방편적 대응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 다. 오늘의 친환경 해법이 내일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