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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일본 LP가스 유통관리 실태와 보안업무 현황LPG판매사업자 72.2%가 집중감시시스템 등 안전장치로 보안업무
국내 집중감시시스템, 확산 위해 지원 필요
초고령화에 대응해 정부 주도의 사업 구조 통합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은 2024년 3월 석유가스 유통·판매업 경영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약 1만 6천 개 LP가스 판매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는 4,613명이 응답(응답률 28.1%)하였으며, 유통관리부터 보안업무·요금 투명화·경영 전망까지 업계 전반을 망라한 종합 실태조사이다. 이에 유통관리 현황과 보안업무 두 축을 중심으로 핵심 데이터를 분석하고, 한국 LP가스 업계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LP가스 판매업은 소상공인 중심 영세·분산형 구조가 뚜렷하다. 그리고 연간 소매 판매량과 거래처 공급 호수 모두 소규모 사업자에 편중된 이중화 구조를 보인다. 600호 이하 소규모 사업자가 63% 이상을 차지하며, 연간 판매량과 거래처 수 모두 상위 소수 사업자에 집중되는 양극화 구조가 확인된다. 이러한 영세성은 원가교섭력 부재와 디지털 전환 투자 여력 약화로 직결된다.
거래처 증가 요인 1위는 영업권 양수(평균 +199.5호)로, 실질적 신규 고객 창출보다 M&A를 통한 고객 흡수가 주된 성장 방식임을 보여준다. 자체 영업 노력(+46.4호), 동업자로부터 고객 흡수(+52.9호) 등도 상위에 올랐다. 반면 거래처 감소 요인은 임차 주택 전출(△30.2호), 동업자 간 경쟁(△24.8호) 등 인구·주거 이동과 경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스 기기 교체 후 알선업자 영업(△10.9호)도 일정 비중을 차지하여, 기기 제공을 통한 고객 이탈 관행(무상공급 문제)이 현재도 지속 중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LP가스 사업의 비용 구조는 변동비 중심으로, 수익 개선의 여지가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LP가스 매입비가 전체의 45.1%로 압도적 1위이며, 전회 대비 2.5%p 증가하였다. 원화 약세 기조 및 원료비·배송 연료비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소규모 사업자는 원가 교섭력이 낮아 전통적 방식으로는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보안비(7.0%)는 인건비 다음으로 고정비적 성격이 강한 항목으로, 규모가 작을수록 부담 비율이 높아지는 역진적 구조를 보인다.
일본은 LP가스 판매사업자의 72.2%가 보안업무를 자사에서 직접 수행하고 있으며, 복수 응답 기준 62.4%는 외부 보안기관에도 일부 위탁하고 있다. 이는 법정 소비자 설비 정기점검(4년 1회)을 소비자와의 직접 접점 기회로 활용하려는 영업 전략과 맞닿아 있다. 대부분의 판매사업자가 사실상 보안기관을 겸업하는 구조이며, 위탁 시 계약 보안기관 수는 1~3곳이 82.2%로 인근 지역 협동조합형 보안센터와의 소규모 계약 패턴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2023년 12월 일본 에히메현청 방문 시 현지 담당자로부터 확인한 내용(LP가스 판매사업자 대부분이 보안기관 인증을 취득)과도 일치한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 지표인 집중감시시스템(원격 이상감지·자동 차단) 도입은 사업자 규모에 따라 극단적 격차를 보인다. 소규모 사업자(150호 이하)의 미도입률이 79.2%인 반면 대형 사업자(2,501호 이상)는 4.8%로, 규모에 따른 디지털 안전 격차가 현저하다. 도입 저해 요인(복수 응답)으로는 초기 투자비 부담(75.4%)이 1위이며, 집중감시 도입 시 대면 영업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56.2%)가 뒤를 잇는다. 이는 기술 도입 저항이 단순 비용 문제를 넘어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대한 두려움과 연결됨을 시사한다.
일본은 보안 고도화 수준에 따라 2단계 인정판매사업자 제도를 운영한다. 제1호(골드)는 집중감시시스템 완비, 제2호는 일반 보안 강화 등급이다. 그리고 ‘현 체제로 충분’이라는 45.7%의 응답은 단순한 자신감이 아닌 변화를 거부하는 구조적 타성으로 해석된다. 비용 장벽과 현상 유지 관성이 맞물려 보안 고도화로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으며, 이것이 보안 투자 지연의 핵심 원인이다. 한편, 응답자 절반이 비용 과중을 1순위 불안으로 꼽았다. 전체 경영과제 중에서도 ‘보안 유지’가 49.9%로 1위를 차지해, 보안은 안전 문제이자 경영 생존 문제임이 확인된다. 보안 관련 투자를 우선순위로 삼은 사업자는 33.6%인 반면, 51.9%는 투자 방침을 정하지 못한 ‘의사결정 마비’ 상태에 있다.
이상의 현황과 함께, 일본 LP가스 보안체계는 다음과 같은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체계는 규제 틀 안에서는 작동하나, 디지털 고도화 측면에서는 아직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영세 사업자의 69.5%가 보안인정 미취득, 46.3%가 집중감시 미도입인 현실은 체계의 외형과 실질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한편 국내의 한국가스판매업협동조합과 같은 법인체를 바탕으로 협동조합 보안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 현황을 별도 연구를 통해 확인하였다. 도도부현 LP가스 협회 산하의 협동조합형 보안센터는 소규모 판매사업자의 보안업무 공백을 해소하는 핵심 인프라다. 대표적 사례는 다음과 같다.
국내 LPG판매업계의 시사점
일본 LP가스 업계의 유통관리·보안업무 현황은 한국의 현실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소규모 판매사업자 중심의 파편화된 유통 구조, 인적 자원에 의존하는 아날로그식 보안 관행, 집중감시시스템 등 디지털 전환의 더딘 진척은 양국 공통의 과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보안업무를 법적 의무가 아닌 고객과의 핵심 접점이자 마케팅 자산으로 재정의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즉 안전점검 서비스의 개선이 LPG판매업계의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 둘째, 집중감시시스템 확산을 위해서는 사업자 개별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공제·보조금·협동조합 공동 도입 등 정책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인정판매사업자 또는 이에 상응하는 우수 보안 인정 제도를 도입하여 안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우수판매사업자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넷째, 후계자 부재 문제는 개별 사업자의 노력만으로 해결 불가능한 임계 상황으로, 초고령화에 진입한 한국에서도 정부 주도의 M&A 지원·사업 구조 통합을 통한 공급 공백 방지책이 요구된다. 다섯째, 보안센터 협동조합 모델은 영세 사업자의 보안업무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LP가스는 일본 전체 가구의 약 40%를 지탱하는 기저 에너지이자, 재해 시 자립적 공급이 가능한 분산형 에너지로서 독보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현재 일본 LP가스 업계는 인구 감소, 올전기화, 원가 상승, 디지털 전환 지연이라는 4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유통 현대화와 보안 고도화는 별개의 과제가 아니다. 집중감시시스템 기반의 디지털 유통체계는 동시에 가장 고도화된 보안 인프라이며, 이를 통한 요금 투명화와 신뢰 회복이 LP가스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핵심 열쇠이다. 안전관리를 단순한 법적 의무가 아닌 비즈니스 핵심 경쟁력으로 재정의할 때, LP가스는 재해 시 ‘최후의 보루’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한국의 LPG판매업 경영실태 조사 자료가 부재한 현실에서, 일본의 최신 조사 결과는 우리 업계의 좌표를 가늠하고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귀중한 준거 자료가 된다.
주석:본 기고문은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令和5年度 石油ガス流通・販売業経営実態調査報告書」(2024.3)를 주요 근거 자료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