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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식히고, 데우고… 공조업계 '두 전선'
LG전자 'LG 멀티 브이 7' / LG전자 제공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냉난방공조 업계의 무게중심이 'AI 데이터센터 냉각'과 '난방 전기화'로 옮겨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AI 서버가 쏟아내는 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식히느냐를, 다른 한쪽에서는 화석연료 보일러를 무엇으로 대체하느냐를 놓고 경쟁이 붙었다. 21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막한 '제18회 한국국제냉난방공조전(HARFKO 2026)'에 참가한 주요 기업들의 신제품과 전략도 이 두 갈래로 모였다.
액체냉각이 승부처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565TWh로 지난해보다 26.4% 늘고, 이 가운데 냉각 등 기반 설비가 쓰는 전력만 195T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서버 칩의 열을 냉각액으로 직접 빼내는 액체냉각이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도 AI 서버의 발열을 공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LG전자와 귀뚜라미범양냉방, 오텍캐리어가 나란히 액체냉각의 핵심 설비인 냉각수분배장치(CDU)를 출품했다.
같은 시장을 노리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LG전자는 '전방위' 전략이다. 대형 냉각수를 만드는 칠러와 서버실에 찬 공기를 공급하는 팬월유닛(FWU) 등 공기냉각 설비부터 CDU·콜드 플레이트 같은 액체냉각 구성요소, 개발 중인 액침탱크까지 냉각 방식 전체를 한 번에 제시했다. 데이터센터가 어떤 냉각 방식을 택하든 대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귀뚜라미그룹은 '효율'에 방점을 찍었다. 계열사 신성엔지니어링이 처음 공개한 무급유 터보냉동기는 압축기 회전축을 자석의 힘으로 띄워 윤활유 없이 돌린다. 마찰 손실이 줄어 운전 조건에 따라 기존 스크류·터보냉동기 대비 최대 50%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성엔지니어링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서버에서 나온 열을 히트펌프로 회수해 난방에 다시 쓰는 방안도 제시했다. 식히는 데 그치지 않고 버려지는 열까지 자원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제18회 한국국제냉난방공조전(HARFKO 2026)' 귀뚜라미그룹 부스 모습 / 귀뚜라미그룹 제공
같은 '탈보일러', 다른 해법
난방 전기화는 정책이 시장을 끌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3월에는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기열이 재생에너지에 포함됐다. 커지는 시장을 두고 기업마다 겨냥하는 수요와 방식은 갈렸다.
대성히트에너시스는 중대형 시장을 정조준했다. 한국에너지공단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을 받은 35kW급 공기열 히트펌프를 출시하고, 성능시험을 마친 70kW급 모델도 인증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공조 기업들이 중대형 히트펌프 고효율 인증을 잇따라 따내는 가운데 상업·공공시설 수요를 잡겠다는 포석이다. 가정용 시장에서는 제주 생활 속 히트펌프 보급사업에 제품을 공급하며 실증 경험을 쌓았다. 지열 분야에서는 공급수와 환수가 섞여 열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는 '지중열교환기 상부보호정' 특허 기술을 공개했다.
'제18회 한국국제냉난방공조전(HARFKO 2026)' 대성히트에너시스 부스 모습 / 대성히트에너시스 제공
경동나비엔은 '익숙함'과 '과도기'에 주목했다. 국내에 출시한 공기열보일러는 난방 계절성능계수(SCOP)를 최대 4.7까지 끌어올리면서도, 통합 배관 유닛 '나비엔 히티허브'를 적용해 기존 보일러와 비슷한 온수 사용 경험을 유지했다. 북미 시장에는 가스 기반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와 전기 히트펌프를 결합해 외부 환경에 따라 선택적으로 운전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단번에 전기로 넘어가기보다 가스와 전기를 함께 쓰는 전환기 수요를 겨냥한 셈이다.
'제18회 한국국제냉난방공조전(HARFKO 2026)' 경동나비엔 부스 모습 / 투데이에너지
LG전자는 공동주택에 초점을 맞췄다.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집 전체의 냉난방과 급탕을 하나로 연결하는 국내 주거환경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했다. 귀뚜라미그룹 계열 센추리는 국책과제로 확보한 R-290 냉매 기술을 적용한 공기열 히트펌프로 가정용부터 상업용까지 제품군을 갖췄다.
'제18회 한국국제냉난방공조전(HARFKO 2026)' 센추리 부스 모습 / 투데이에너지
장비 넘어 '스스로 운전하는 설비'로
두 시장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AI다. 장비 성능만큼이나 설치 이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전하고 관리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어서다. LG전자가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한 시스템 에어컨 'LG 멀티 브이 7'은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를 결합한 '듀얼 AI'로 설치 환경과 사용 패턴을 학습해 스스로 최적 운전을 하고 고장을 미리 예측한다. 신기술을 적용한 '스핀엑스' 컴프레서로 냉난방 성능과 운전 안정성도 끌어올렸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센추리는 진동·영상·운전 데이터를 분석해 압축기 이상과 초기 화재를 감지하는 AI 설비 관리 시스템 'Century Twin-Eye'를 시연했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사장)은 "가정부터 상업, 산업, AI 데이터센터까지 냉각 솔루션이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차별화된 부품 경쟁력인 코어테크 기반의 앞선 솔루션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귀뚜라미그룹 관계자는 "냉동공조 3사의 전문 기술과 시너지를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과 운영 안정성을 높이고,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