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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없는 데이터센터 시대 열린다
팬 없는 데이터센터 시대 열린다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엔비디아(NVIDIA)가 차세대 AI 서버 플랫폼 'Rubin'의 100% 액체냉각 기반 데이터센터 설계를 공개하며 수랭식 전환의 가속화를 공식 선언했다. AI 칩의 전력 밀도가 공랭식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직접액체냉각(DLC)·CDU(냉각분배장치)·드라이쿨러 등 냉각 기자재 시장에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런던 기후 주간서 공개
엔비디아는 2026년 6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런던 기후 주간(London Climate Week)'에서 차세대 AI 인프라 플랫폼 'Vera Rubin NVL72'의 냉각 설계 세부 사양과 환경 성능 지표를 공식 발표했다. 2024년 컴퓨텍스(COMPUTEX)에서 처음 공개된 루빈 아키텍처가 이번 발표를 통해 인프라 운용 측면에서 구체화된 것이다.
온천보다 뜨거운 냉각수
이번 발표의 핵심은 냉각수 온도를 섭씨 45도(화씨 113도)까지 끌어올린 '고온 수랭' 방식이다. 일반 월풀욕조 수온(섭씨 38~40도)보다도 높은 온도로 순환하는 냉각수는 GPU·네트워크 칩·전원 부품에 직접 장착된 콜드플레이트(Cold Plate)를 통과하며 열을 흡수한 뒤, 건물 외부의 드라이쿨러(방열판)를 통해 방열된다. 냉각수 조성은 물 75%, 프로필렌글리콜 25%이며, 밀폐 루프 방식으로 순환해 냉각탑(Cooling Tower) 증발식 방식 대비 데이터센터의 수자원 소비를 대폭 줄인다. 다만 서아시아 등 고온다습 지역에서는 칠러(Chiller) 운용이 여전히 필요할 수 있어, '칠러 완전 배제'보다는 '칠러 의존도의 획기적 감소'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냉각 인프라 담당 이사 알리 헤이다리(Ali Heydari)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NVIDIA DSX 레퍼런스 디자인은 AI 팩토리의 수자원 소비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 막대한 전력 사용량과 증발식 냉각에 쓰이던 물 사용량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수랭이 바꾸는 에너지 방정식
기존 냉각탑 방식의 데이터센터는 메가와트(MW)당 연간 약 260만 갤런의 물을 소비해왔다. 또한 냉각 시스템 운용에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의 최대 40%가 투입됐다. Rubin의 밀폐형 수랭 방식은 이 두 문제를 동시에 완화하는 구조다. 서버 내 칩 단위 팬(Fan)은 제거되지만, 드라이쿨러 등 외부 방열 설비의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대형 팬은 인프라 레벨에서 여전히 운용된다.
200kW 시대 개막
하드웨어 사양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Rubin NVL72 랙에는 72개의 GPU와 36개의 CPU가 통합되며, GPU 1장당 전력 소비는 1,800~2,300W 수준으로 이전 세대 Blackwell(약 1,000W)의 두 배에 달한다. 랙당 전력 밀도는 기존 Blackwell NVL72의 120~130kW를 훌쩍 상회하는 200kW 이상으로 예측되어, 공랭식 설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Rubin을 도입하려는 데이터센터 운영자에게 DLC·CDU 기반 인프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엔비디아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조시 파커(Josh Parker)는 런던 기후 주간 발표에서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 문제는 사실상 해결됐다"고 밝혔다. 다만 전력 생산 과정에서 소비되는 간접 수자원은 이번 개선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업계의 추가 과제로 남아 있다.
인증 생태계로 수렴
글로벌 파트너사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의 고급 냉각 부문인 모티베어(Motivair)는 엔비디아 로드맵에 맞춰 약 10년간 협력해온 파트너로, 리처드 휘트모어(Richard Whitmore) CEO는 "칩당 와트수가 특정 임계점을 넘는 순간 액체냉각은 필수가 됐다"고 밝혔다. 슈퍼마이크로(Supermicro) 등 서버 제조사들은 이미 2026년 1월부터 Rubin 액체냉각 시스템 양산 지원 체제에 돌입했다.
한편 엔비디아의 DSX 레퍼런스 디자인 준수가 사실상 엔비디아 인증 냉각 파트너사 선택으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설비 투자 시 공급망 종속 리스크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5°C 고온 수랭이라는 기준이 인증 파트너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만큼, 데이터센터 운영사와 설비 기자재 공급사 모두 장기 조달 전략 수립 시 이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냉각 기자재 시장 황금기 열린다
시장 조사기관들은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시장이 2026년 현재 약 66억 달러에서 2033년 38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열관리 솔루션 시장도 2025년 150억 달러에서 2034년 337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도 LG전자·버티브코리아 등이 액체냉각 솔루션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신증설이 가속화되는 국내 시장에서 DLC·CDU·드라이쿨러 등 핵심 냉각 기자재 수요 급증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용어 설명]
DLC (Direct Liquid Cooling, 직접액체냉각) : 냉각수를 서버 내부의 칩(GPU·CPU 등)에 직접 장착된 콜드플레이트(Cold Plate)까지 끌어와 열을 흡수하는 방식.
CDU (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분배장치) : 데이터센터 내 냉각수의 압력·온도·유량을 조절하고 각 서버 랙에 분배하는 핵심 기자재.
콜드플레이트 (Cold Plate) : GPU·CPU 등 발열 칩 표면에 직접 밀착 장착되는 금속 냉각판.
드라이쿨러 (Dry Cooler) : 건물 외부에 설치되는 공랭식 방열 설비.
칠러 (Chiller) : 냉각수를 기계적으로 강제 냉각하는 장치.
DSX 레퍼런스 디자인 (DSX Reference Design) : 엔비디아가 AI 팩토리 구축을 위해 제시한 인프라 설계 표준 가이드.
프로필렌글리콜 (Propylene Glycol) : 냉각수에 혼합되는 부동액 성분.
Free Cooling (프리 쿨링) : 외기 온도가 충분히 낮을 때 칠러 등 기계식 냉각 장치 없이 자연 대기와의 열교환만으로 냉각수를 식히는 방식.
PUE (Power Usage Effectiveness, 전력 사용 효율) : 데이터센터 전체 소비 전력을 IT 장비 소비 전력으로 나눈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