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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안보, 비축보다 복원력”… LNG전략 재설계해야
[에너지신문]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면서 에너지 안보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해 LNG산업의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보의 핵심은 비축의 절대량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대체하고 회복하느냐에 있기 때문에 비축의 탄력성, 장기물량의 전략적 재편, 트레이딩이라는 새로운 안보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 25일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가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지정학적 위기와 천연가스’를 주제로 개최한 ‘제9회 KOGAS 포럼’에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25일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가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15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정학적 위기와 천연가스’를 주제로 개최한 ‘제9회 KOGAS 포럼’에서 전문가들이 제기한 것이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패러다임 전환’ 발표를 통해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이행하는 브릿지 연료를 넘어 AI 전력화 시대의 핵심 전략자원으로 격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전통적으로 에너지 지정학은 석유를 중심으로 논의돼 왔지만 이제는 석유국가에서 전기국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며 “전기의 안정적 공급은 국가 에너지 패권과 운명을 결정할 것이며, AI의 등장은 전기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며 전력 생산을 위한 무게중심이 천연가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교수는 취약한 에너지 안보 구조를 개선하고 에너지 안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공급원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재설계 △직접 해외자원개발과 지분 확대 △발전믹스의 재균형 △가격 헤지(Hedge)와 금융적 대응 역량의 강화 및 트레이딩 역량 강화 △에너지-AI-산업의 통합 안보 관점 등 다층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 발표하고 있다.
이서진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시대, LNG 수급 안정의 조건’을 발표하면서 “천연가스 수급 안정은 단순한 연료 조달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물가 안정,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전략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천연가스 수급 안정의 핵심은 조달 전략의 다변화와 국내 에너지 정책의 정합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LNG 조달 전략은 특정 공급국이나 특정 가격지표에 대한 의존을 낮추면서 물량 안정성과 가격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장기계약과 현물 조달 중 어느 하나를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수요 전망과 국제시장 리스크를 함께 고려한 최적 조합을 설계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국내 에너지 정책 간 정합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지정학적 위험이 상시화되고 발전용 가스 수요 전망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LNG 수급 안정은 단순히 국제시장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장기계약과 현물 조달의 적정 조합, 유가 연동과 허브 연동 가격체계의 균형, 전략적 비축 및 저장 인프라 확충, 전력수급계획과 천연가스 수급계획의 연계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 국면에서 가스발전의 역할을 단순한 감축 대상이 아니라 계통 유연성을 제공하는 보완적 자원으로 인식할 때 천연가스 수급 전략은 에너지전환 정책과 분리될 수 없다”며 “국제 LNG시장에서의 조달 역량 강화와 함께 국내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제시했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실장은 ‘천연가스 에너지 안보, 복원력 중심으로의 전환(수급의 안정에서 복원의 설계로)’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안보의 핵심은 비축의 절대량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대체하고 회복하느냐에 있다”며 “비축의 탄력성, 장기물량의 전략적 재편, 트레이딩이라는 새로운 안보 자산을 통해 사후 대응에서 사전 설계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의 비축 정책은 의무량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방향이 아니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유럽연합이 가스저장 충전 의무(90%)에 일정 범위의 유연성을 더해 운용하고, 일본이 전략적 완충 LNG를 별도로 두기 시작한 것도 같은 고민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세계 LNG시장은 역사적 전환점을 앞두고 오랫동안 판매자가 주도하던 시장이 구매자 우위로 기울어져 가격은 내려가고 계약 조건은 사는 쪽에 유리해지는 국면”이라며 “사는 쪽이 유리한 시장에서 다시 계약을 설계할 권한이 우리 손에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기반한 물량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가 가장 약하면서도 가장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영역이 트레이딩 역량”이라며 “목적지를 자유롭게 바꾸고, 남는 물량을 되팔며, 시장 상황에 따라 물량을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강력한 안보 수단”이라고 밝혔다.

▲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5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9회 KOGAS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는 국내 천연가스 수급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고, 가스공사는 도입선 다변화를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라며 ”그 결과 중동산 LNG 수입 비중을 20% 미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을 14%로 낮춰 이번 이란사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호주와 캐나다 사업을 통해 확보한 연간 약 100만톤의 지분 물량은 이번 에너지 안보 위기를 극복하는 강력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라며 ”과거 많은 위기 속에서도 그래왔듯 한국가스공사의 최우선 가치는 중단없는 천연가스 공급을 통해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조영탁 국립한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안상욱 국립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 김형건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패널 토론에 나섰다.
토론자들은 에너지 안보는 단순히 비축 물량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구조 자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제 LNG 시장이 미국 중심의 새로운 공급 질서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특정 지역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LNG 도입선 다변화와 해외 자원개발, LNG 트레이딩 역량 강화가 향후 국가 에너지 안보를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봤다.
이날 포럼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기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며, 천연가스를 중요한 에너지 안보 전략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한국가스공사는 25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15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정학적 위기와 천연가스’를 주제로 ‘제9회 KOGAS 포럼’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