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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 패러다임 전쟁, 글로벌 전선으로 번졌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경쟁 본격화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엔비디아가 하드웨어 설계 단계부터 고온 직접액체냉각 아키텍처를 표준 규격으로 채택·권고하며 공랭식의 퇴장을 가속화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20년 운영 데이터로 맞불을 놓은 사이, 중국은 표준화에 착수했고 글로벌 기자재 업체들은 제품 정체성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어떻게 식힐 것인가를 둘러싼 싸움이 기술 경쟁을 넘어 시장 주도권 다툼으로 격화되고 있다.
공랭식,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데이터센터 냉각 산업의 판도를 바꿀 뉴스들이 쏟아졌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서버 플랫폼 Rubin에 섭씨 45도 고온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밀폐형 직접액체냉각(DLC) 방식을 하드웨어 설계 단계부터 표준 규격으로 채택하고 업계에 강력히 권고했다. GPU 한 장당 전력 소비가 1,800~2,300W에 달하고 랙당 전력 밀도가 200kW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공랭식은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고, 엔비디아는 레퍼런스 아키텍처 설계 단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쪽을 선택했다.
20년 데이터로 응답한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방식으로 응답했다. 2000년대 초 첫 데이터센터 가동 이래 20년에 걸쳐 전력 소비량당 물 사용량(WUE)을 기존 2.3 L/kWh에서 0.27 L/kWh로 낮추며 약 90%의 개선을 달성했다고 6월 24일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Microsoft Build 2026 기조연설에서 "새 AI 데이터센터의 연간 물 사용량이 식당 한 곳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선언했다. 2024년부터 모든 신규 데이터센터 설계에 물 증발이 전혀 없는 밀폐형 직접액체냉각을 전면 도입했으며, 2026년 피닉스와 위스콘신 두 곳을 시범 가동한 뒤 2027년 말 본격 확산할 계획이다.
벽 안에서만 유효한 해법
두 회사의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향하는 방향은 같다. 엔비디아가 하드웨어 설계 표준으로 냉각 구조 자체를 바꿨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 최적화와 신규 설계 전환을 병행해 같은 목적지에 도달하고 있다. 그런데 Tech Times는 이 두 접근법 모두에 공통된 맹점을 짚었다. 데이터센터 내부의 물 사용은 줄일 수 있어도, 외부 전력망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간접 수자원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냉각 패러다임 전환이 완전한 해법이 되려면 에너지 생산 방식의 전환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구조적 한계는 업계 전체가 안고 있는 숙제로 남아 있다.
중국·대만 가세
경쟁은 빅테크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국냉동연구소가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수요 조사와 연구 결과 공유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이 경쟁이 국가 차원의 표준 선점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COMPUTEX 2026에서는 Wiwynn·Delta·Chroma 등이 800V DC 전력 인프라와 액체냉각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대거 공개했다. 단순히 서버를 식히는 문제를 넘어, 전력과 냉각을 하나의 아키텍처로 통합하는 새로운 인프라 표준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자재 업계 체질 개선
글로벌 기자재 업체들의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AAON은 AI 데이터센터용 고도화 맞춤형 칠러로 고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존슨컨트롤즈는 AI·고밀도 컴퓨팅에 특화된 칠러 포트폴리오를 집중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모딘은 아예 기존 사업부를 매각하고 데이터센터 냉각과 상업용 HVAC 중심으로 기업 정체성을 재편하고 있다. 버티브는 ThermoKey 인수를 포함한 공격적 성장 전략에 힘입어 올해 주가가 연초 대비 73% 급등했고, AI 데이터센터 전력 분배·냉각·열 관리를 통합 담당하는 기업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매니폴드 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2026년 9억 4,000만 달러에서 2033년 63억 3,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회와 리스크의 교차점에 서다
이 전쟁의 결말이 어느 방향으로 수렴하든, 국내 산업계는 이미 그 한가운데 서 있다. APAC 데이터센터 전문가들은 전력 확보 속도를 기준으로 한국 시장이 입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책 불확실성을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냉각 기자재 수요 급증은 예고된 수순이지만, 국내 공급망이 이 속도를 따라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지금 이 순간 업계에 던져진 가장 날카로운 질문이다.
[용어 설명]
DLC (Direct Liquid Cooling, 직접액체냉각) : 냉각수를 서버 내부의 GPU·CPU 등 발열 칩에 직접 장착된 콜드플레이트(Cold Plate)까지 끌어와 열을 흡수하는 방식.
CDU (Coolant Distribution Unit, 냉각분배장치) : 데이터센터 내 냉각수의 압력·온도·유량을 조절하고 각 서버 랙에 분배하는 핵심 기자재.
WUE (Water Usage Effectiveness, 물 사용 효율) : 데이터센터가 IT 장비 전력 1kWh를 처리하는 데 소비하는 물의 양(L/kWh)을 나타내는 지표.
간접 수자원 (Indirect Water Footprint) : 데이터센터 자체의 냉각에 쓰이는 물(직접 수자원)과 달리,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외부 발전소(화력·원자력 등)가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소비하는 물.
800V DC 버스바 (800V DC Busbar) : 데이터센터 내 전력을 고전압 직류(DC) 방식으로 전달하는 배전 설비.
매니폴드 (Manifold) : 냉각수를 여러 서버 랙 또는 콜드플레이트에 균등하게 분배하고 회수하는 배관 분기 장치. 소비를 줄여 PUE를 개선하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