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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FB)’ 앞장서는 한신 에이치투 대표이사

    송고일 : 2026-04-21

    한신 에이치투 대표이사, 16년째 국내 대표 바나듐 흐름전지 기업 에이치투를 이끌고 있다. / 김원빈 기자

    [투데이에너지 김원빈 기자]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흐름 속에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수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및 수명 한계가 지목되는 가운데, 16년간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FB)' 기술력을 연마하며 전력망의 세대교체를 이끄는 에이치투(H2) 한신 대표를 만나 미래 에너지 시장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에이치투(H2)가 집중하고 있는 사업 영역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라고 하면 대중은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에이치투가 조준하는 시장은 그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유틸리티급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다. 이는 개별 기기 단위의 소모품이 아니라, 국가 전력망이나 대형 화력발전소 부지에 설치되어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책임지는 거대 인프라 자산이다.

    이 시장은 단순히 배터리 셀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전력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영역이기에 요구되는 기술적 난도와 신뢰성 기준이 극도로 높다. 에이치투는 설립 초기부터 전 세계적인 에너지 패러다임이 신재생으로 이동할 것임을 확신하고, 대규모 전력망에 최적화된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FB) 기술 고도화에 매진해 왔다. 현재 당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용화 수준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티어 1(Tier 1)’ 그룹, 즉 전 세계 상위 5개 기업 안에 포함되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유일하게 유틸리티급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실제 전력망 연동 데이터를 확보한 독보적인 플레이어로서, 이제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시장 확산 단계로 진입했다고 자부한다.

    주력 기술인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FB)의 핵심적인 작동 원리와 구조적 특징은 무엇인가.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VFB)는 전해질 내에 녹아있는 바나듐 이온의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시스템이다. 기술의 핵심은 에너지 저장 물질인 전해질을 액체 상태로 외부 탱크에 보관하고, 이를 펌프로 순환시키며 전기화학 반응 장치인 스택(Stack)에서 에너지를 교환하는 구조에 있다.

    이 방식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배터리 셀 내부에 고체 상태로 에너지를 가두는 폐쇄적 구조지만, VFB는 에너지 저장 매체가 외부에 분리되어 존재하는 개방형 구조다. 이러한 차이는 시스템 설계의 유연성을 극대화한다. 가장 큰 장점은 저장 용량(에너지)과 출력(파워)을 완전히 독립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저장 시간을 4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리고 싶다면 전해질 탱크의 크기만 키우면 되며, 순간적인 출력을 높이고 싶다면 스택의 수나 크기를 확장하면 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수백 메가와트아워(MWh) 단위의 전력망을 운영해야 하는 유틸리티 시장에서 최적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제공한다.

    ESS로서 VFB가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가지는 확실한 우위는 무엇인가.

    리튬이온 배터리는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최적의 솔루션이나, 그리드용 ESS로서는 안전성과 수명 측면에서 한계를 노출한다. 리튬은 유기 용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열 폭주 시 화재 제어가 매우 어렵다. 반면 VFB는 수계(물) 전해질을 사용하므로 물리적으로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전무하다. 이는 도심 밀집 지역이나 주요 발전 시설 인근에 설치해야 하는 ESS의 특성상 대체 불가능한 안전 자산이 된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리튬 배터리는 충·방전 횟수에 따라 화학적 열화가 진행되어 통상 5~10년 주기로 전체 교체가 필요하지만, VFB는 전자가 전해질 사이를 이동하는 물리적 원리를 이용하므로 20년 이상 운영해도 용량 감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초기 투자 비용은 리튬보다 높을 수 있으나, 전체 운영 기간을 기준으로 한 에너지 저장 비용(LCOS)과 발전 비용(LCOE) 측면에서는 VFB가 훨씬 유리하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6시간 이상의 ‘장주기 저장’ 수요가 급증하는 현재의 에너지 시장 환경에서 VFB는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술 개발을 지속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그 배경과 현재 확보한 기술 수준은 어떠한가.

    창업 당시에는 시장이 3~4년 내에 열릴 것으로 낙관했으나, 실제 상용화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시장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시간을 단순히 버틴 것이 아니라 강력한 ‘기술적 해자’를 구축하는 기간으로 활용했다. 배터리 산업은 안전과 직결되기에 충분한 검증 없는 시장 진입은 오히려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

    에이치투는 시제품 단계를 넘어 실제 전력 현장에서 즉시 가동 가능한 완벽한 ‘시스템 제품’을 구축했다. 16년간 축적된 방대한 운영 데이터와 소재 배합 노하우는 후발 주자들이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진입 장벽이 되었다. 이러한 기술적 진정성을 인정받아 현재까지 민간 투자 732억 원과 정부 지원 사업 300억 원 등 총 1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며 독보적인 자금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하게 되었다.

    에이치투 계룡 사업장 전경 / 김원빈 기자

    소재 수급과 관련하여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바나듐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는 무엇인가.

    이 대목은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 리튬 공급망은 특정 국가의 패권 아래 놓여 있으며, 남미의 '리튬 트라이앵글(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등 특정 지역의 자원 국유화 움직임에 취약하다. 반면 바나듐은 확보 경로가 매우 다각화되어 있다. 광산 채굴뿐만 아니라 철강 공정의 부산물인 스틸 슬래그, 그리고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촉매에서도 추출이 가능하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인 석유화학 및 정유 산업 강국이다. 국내 정유 단지에서 배출되는 탈황 폐촉매를 리사이클링하는 구조만 잘 활용해도, 연간 600MWh 규모의 배터리 전해액을 생산할 수 있는 바나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자원 빈국인 한국이 폐기물을 전략 자산으로 탈바꿈시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에너지 주권 확보’의 혁신적 모델이다. 에이치투는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글로벌 공급망(GVC)을 기반으로 최적의 조달 전략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해액의 현지 생산 방식을 통해 물류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시장적 의미는 무엇인가.

    올해는 에이치투의 기술력이 실제 전력 거래 시장에서 수익 모델로 증명되는 기념비적인 해다. 먼저 해외에서는 스페인에서 진행 중인 8.8MWh 규모의 국가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유럽 전력 시장에 본격적으로 깃발을 꽂을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한국동서발전과 협력하여 울산 화력발전소 부지에 20MWh 규모의 흐름전지 ESS를 구축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특별한 점은 국내 최초로 ‘도매 전력 시장’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보조 장치를 넘어, 도매 전기를 구매해 저장했다가 가격이 높은 시점에 다시 도매로 판매하는 본격적인 전력 거래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첫 사례다. 이는 ESS가 독립적인 발전 자산으로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향후 에이치투가 주목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해외 진출 전략은 무엇인가.

    당사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차세대 핵심 성장 분야로 보고 있다. AI 연산량 급증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폭증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는 부하 변동에 민감하고 무중단 운영이 필수적이다. 화재 위험이 없고 수명이 긴 VFB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을 책임질 최적의 솔루션이다.

    해외 전략으로는 일본과 호주를 타깃으로 설정했다. 일본은 지진 등 재난 대응을 위한 BCP(비즈니스 연속성 계획) 수요가 매우 커서 당사의 안전한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호주는 세계적인 바나듐 매장지인 만큼, 원료 수급의 이점을 살려 현지 생산 거점 구축을 통한 시장 선점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현재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바나듐 전해액 국제 표준화 작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에이치투가 그리는 2030년의 미래 모습과 기업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가.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배터리를 잘 만드는 제조사를 넘어, 전 세계 전력망에서 가스 발전소와 석탄 발전소를 실질적으로 대체하는 ‘에너지 에셋(Energy Asset)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거대한 ‘에너지 댐’이 되어, 화석 연료 없이도 인류가 안정적인 전기를 누릴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

    2030년까지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글로벌 ESS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에이치투가 걷는 이 길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영토를 넓히고, 나아가 전 지구적 탄소 중립을 앞당기는 핵심 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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