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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 부담 ‘이월’
신영균 기자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정부가 이달 6월 국내 LPG 공급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긴다. LPG 공급가격은 통상 매월 1일 적용을 앞두고 전월 말 발표된다. 이달 6월 가격은 이례적으로 발표가 지연됐다. SK가스와 E1은 1일 오전까지도 “내부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며 가격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적인 양사 내부의 가격 검토 과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시 시장 상황은 큰 폭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 4월 CP가 급등해 수입 원가가 크게 상승했음에도 양사는 5월에도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가격 미반영분이 kg당 350원 이상 누적됐다. 정상적인 시장 구조라면 이달 6월에 상당 폭의 인상이 이뤄져야 함에도 결과는 kg당 30원 인상이었다. “정부가 6.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양사에 인상 최소화를 종용했을 것”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렸다.
문제는 가격 인상 폭이 아니다. 기업이 정책 기조와 정치 일정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면 이미 시장 기능은 왜곡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가격은 원가와 수급, 국제 시세를 반영해 결정돼야 한다. 선거 일정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할 영역이 아니다. 특히 가격을 억누른다고 소비자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결국 미반영분은 언젠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난방용 프로판 수요가 비수기인 7~8월에는 그동안 누적된 LPG 가격 미반영분이 대거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시기만 뒤로 미뤄지는 셈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오히려 가격 왜곡과 불확실성을 키운다. 기업은 적정 시기에 가격을 조정하지 못하고 소비자는 향후 더 큰 폭의 인상 가능성에 노출된다. 단기적 물가 관리와 정치적 효과를 위해 시장 원칙을 훼손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 역할은 LPG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안정과 산업 발전, 취약계층 지원, 에너지 복지 강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