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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냉매,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가짜 냉매,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 AI 생성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미국 냉난방공조(HVAC) 업계가 정품 브랜드로 위장한 위조 냉매의 시장 유입을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외관은 유명 브랜드와 똑같이 포장됐지만, 내용물은 불법 성분으로 채워진 가짜 냉매가스가 유통망 곳곳에서 적발되고 있어 계약업체와 유통업체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미국 냉난방공조 전문 매체 THE ACHR NEWS는 최근 보도를 통해 미국 공급망에 침투한 불법 위조 냉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가짜 또는 오인기재(mislabeled) 냉매의 등장이 유통 대리점과 현장 시공업자 모두에게 새로운 차원의 법적·물리적 위험을 안기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 틈탄 가짜 가스의 유혹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미 환경보호청(EPA)의 '미국 혁신 및 제조법(AIM Act)'에 따른 HFC 냉매 단계적 감축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규제 강화로 정품 냉매의 공급 단가가 급등하면서, 비용 절감 압박에 시달리는 일부 자영업자와 유통망을 중심으로 저가 위조 제품에 손을 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업계 지도자들을 인용해 냉동공조 사업자들이 사기성 가짜 가스로부터 자신의 사업과 자산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인 경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비 파손과 치명적 인명 사고 위험
문제는 단순한 품질 저하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THE ACHR NEWS는 실제 성분 분석 결과 다수의 위조 냉매가 정품의 화학적 조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정체불명의 저가 가스나 수분이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런 불순물은 에어컨 및 히트펌프 시스템 내부에 비정상적인 압력을 유발해 핵심 부품인 압축기(compressor)를 영구적으로 손상시키고, 결과적으로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보도는 현장 작업자의 안전 문제를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 꼽았다. 최근 적발된 위조 냉매 실린더 중 일부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가연성 가스를 안전 기준 농도 이상으로 무분별하게 섞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기술자가 이를 기존의 비가연성 안전 등급(A1) 제품으로 알고 용접이나 일상 점검 작업을 진행할 경우, 실린더나 배관에서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후관리(AS)망 통제 등 보안 대책 시급
매체는 이 같은 암시장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사들이 완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사후관리(AS) 단계에서도 정품 가스만 주입되도록 유통 채널을 엄격히 통제하고 회수·재생(reclaim)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하며 보도를 마무리했다.
국내 시장에 던지는 경고등
이번 사례는 한국 냉동공조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국내 역시 HFC 냉매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정품 냉매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가격 부담을 이유로 출처가 불분명한 저가 냉매에 손을 댈 유인이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압축기 손상이나 화재·폭발 위험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 만큼, 국내 계약업체와 유통업체들도 냉매 구매 단계에서 정품 인증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출처가 불명확한 저가 실린더 유통에 대한 경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어 설명]
AIM Act (미국 혁신 및 제조법): 미 환경보호청(EPA)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지구온난화지수가 높은 HFC(수소불화탄소) 냉매의 생산과 소비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도록 강제하는 법안
A1 등급 (비가연성 안전 등급): 국제 표준 규격(ASHRAE) 기준 독성이 없고 불에 잘 붙지 않는 가장 안전한 냉매 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