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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매 R&D 착수, 시장이 받쳐줄까

투데이에너지
2026-06-23
냉매 R&D 착수, 시장이 받쳐줄까

냉매 R&D 착수, 시장이 받쳐줄까 / AI 이미지

[투데이에너지 임자성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불소계 온실가스 저감 기술개발사업에 착수한 것은 이미 보도됐다. 이번 사업은 고효율 냉매 회수 장비 개발, 혼합 폐냉매 재생·파괴 기술 고도화, 저GWP 냉매 전환이라는 세 축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술 개발 예산 투입보다 시장 구조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고성능 회수 장비가 개발되더라도 그것을 쓸 업체들이 영세하고, 고순도 재생냉매가 나오더라도 시장이 외면하는 구조라면 기술만 앞서간다는 지적이다.

장비보다 용기 규격 먼저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은 20RT 이상 대형 기기에 한해 냉매 회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소형 상업용 냉동기나 시스템에어컨 등 그 아래 규모 기기는 폐기·수리 시 냉매가 대기로 방출돼도 법적 제재가 없다. 다만 정부는 이 기준을 2027년부터 10RT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관리 대상 기기가 현행 1.5만 대에서 33.7만 대로 22배 이상 급증하는 만큼, 회수 업계가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고속 회수 기술과 인프라 지원이 더욱 시급해지는 셈이다. 정부는 회수 속도를 기존 대비 10% 이상 끌어올리고 냉매정보관리시스템(RIMS)과 자동 연동하는 ICT 기반 회수 장비 개발을 추진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장비 성능 이전에 인프라 문제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용기 규격의 혼재다. R-22용과 R-410A용 회수 용기는 크기·형태·무게 규격이 제각각인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스마트한 ICT 회수 장비를 개발해도 수거 거점에서 무게를 자동 계량하고 RIMS에 전송하는 자동화 시스템 구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수 속도를 10% 끌어올려도 현장 엔지니어가 성분별로 용기를 구별해 수작업으로 체결 규격을 맞추는 시간에 그 효과가 상쇄되는 구조다. 회수·처리업계가 소규모 영세 사업장 위주인 현실에서 고성능 장비가 개발되더라도 현장 보급까지는 별도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혼합 폐냉매, 태우지 말고 되살려야

R-410A, R-404A 같은 혼합냉매는 성분별 비등점 차이가 극히 작아 단순 증류로는 고순도 분리가 불가능하다. 이 기술적 벽 앞에서 국내 폐냉매 상당량은 성분을 살리지 못한 채 고온 연소 방식으로 통째 파괴돼 왔다. 정부는 아주 미세한 상대휘발도 차이를 활용해 기화·액화를 연속 반복하는 고도 분별증류 공정으로 순도 99.5% 이상의 단일 냉매를 재생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성공하면 버려지던 혼합 폐냉매가 신품 수준의 원료로 부활하는 셈이다.

키갈리 개정 의정서에 따른 HFC 쿼터 감축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생냉매는 환경 정책을 넘어 공급망 안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 데이터센터 항온항습 설비 등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분야에서 수입 신품을 대체할 안정적 공급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요 냉매 계열별 GWP 및 관리 방향

기술보다 제도가 먼저다

재생냉매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데는 기술 이전에 신뢰 문제가 있다. 잔류 불순물이 압축기 등 고가 설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됐고, 일부 해외산 저품질 재생냉매의 비공식 유통이 시장 불신을 키웠다. 정부는 AHRI 700 및 KS I 3004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 평가 기술을 개발해 인증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신규 인증 기술 개발에 앞서 현재 가동 중인 재생업체들의 품질 수준을 공인 기관이 먼저 진단해야 현실적인 기준 설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인증 기준 확정 시점, 검증 기관 지정, 준비 기간 운영 방식 등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 없이는 설비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 번째 축인 프로판(R-290) 히트펌프의 공동주택 적용도 제도 정비가 관건이다. 유럽에서는 2024년 신규 주거용 히트펌프 인증 모델 가운데 R-290 비중이 38%에 달할 만큼(2021년 3%)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EU는 2027년부터 12kW 이하 신규 히트펌프에 GWP 150 이하 냉매만 허용하고 2035년에는 분리형 에어컨의 불소계 냉매를 전면 퇴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저충전·고효율 히트펌프와 누출 감지·제어 시스템 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가스 관련 법령과의 정합성 확보, 소방 기준 개정 등 제도 정비가 기술 개발과 같은 속도로 가야 한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현재 진행 중인 냉매 전주기 관리체계 시범사업의 현장 적용성을 평가한 뒤, 수거·재생·유통 전반을 체계적으로 다룰 '(가칭)냉매관리법' 제정을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R&D 사업의 성패가 기술 완성도만큼이나 영세 업계의 실제 수용 가능성과 재생냉매 유통 신뢰 체계를 얼마나 함께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용어 설명]

HFCs (수소불화탄소·Hydrofluorocarbons) : 오존층을 파괴하는 CFCs·HCFCs의 대체물질로 개발된 냉매.

키갈리 개정 의정서 : 몬트리올 의정서를 2016년 르완다 키갈리에서 개정한 국제협약.

RT (법적냉동능력·Refrigeration Ton) :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산정되는 냉동기기의 냉각 용량 단위.

RIMS (냉매정보관리시스템·Refrigerant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냉매 판매·회수·처리 과정의 통합 관리 시스템.

AHRI 700 : 미국냉동공조산업협회(Air-Conditioning, Heating, and Refrigeration Institute)가 제정한 냉매 순도 기준.

KS I 3004 : 재생냉매의 품질 기준을 규정한 국내 한국산업표준(KS).

R-290 (프로판) : GWP가 3에 불과한 자연 냉매.

출처 : 투데이에너지(https://www.todayenerg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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