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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포화에 막힌 재생에너지, ‘항만’으로 돌파구 찾나
[에너지신문] 제주와 전남에서 반복되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문제를 풀 해법으로 ‘항만’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를 흡수할 전략적 수요처로 항만을 활용하고, 이를 해운 탈탄소와 연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 것.
24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2026 제주포럼 세션 ‘지역의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모두를 위한 항만과 바다’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누적되고 있는 계통 포화와 출력제한 문제를 항만 전동화, 전기선박, 녹색해운항로 조성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재생에너지 설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받아줄 전력망과 수요처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제주와 전남 등 재생에너지 밀집 지역에서 청정전력이 버려지는 상황이다.

▲2026 제주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국가 평균의 2배 수준인 약 20%까지 끌어올렸지만, 계통 유연성 부족과 화력발전 최소출력 문제 등으로 출력제한이 반복되고 있다. 전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전남도에 따르면 2025년 출력제어로 인한 손실은 전력 손실 48억원, REC 손실 28억원 등 총 76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포럼에서는 항만을 전력 다소비 시설이자 에너지 허브로 재편,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지역 내에서 직접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항만의 육상전원공급장치(AMP) 확대, 항만 내 설비 전기화, 전기추진 연안선박 보급, 나아가 제주와 전남을 잇는 녹색해운항로 조성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력을 먼 곳으로 보내는 방식’만이 아니라, ‘생산지 인근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쓰는 방식’으로 계통 문제를 풀자는 제안이다.
김영환 제주특별자치도 에너지특보는 “제주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생산지와 소비지의 구조적 불일치, 송배전 선로 포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계통 포화를 해소하지 못하면 제주도의 ‘넷제로 2035’ 목표 달성도 쉽지 않다”며 전력을 생산지에서 직접 소비하는 ‘에너지 지산지소’ 전략의 유력한 대안으로 항만·해운 부문을 꼽았다.
항만 전동화는 해운 탈탄소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 해운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3%를 차지하는 분야로,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탈탄소 규제가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선박이 항만에 정박 중일 때 육상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AMP를 확대하면 항만 대기오염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공급되는 전력이 화석연료 기반이라면 감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기반 항만 전기화’가 전제돼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목포~제주 항로를 국내 첫 ‘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로 지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조현진 태평양환경재단 해운항만 담당은 제주가 재생에너지와 해양물류가 만나는 접점이라는 점에서, 이 구간을 친환경 선박과 재생에너지 기반 항만 전력공급이 결합된 실증·상용화 모델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와 전남 모두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크지만 계통 포화라는 공통의 병목을 안고 있는 만큼, 해상물류 축을 매개로 초광역 에너지 협력 모델을 만들자는 제안으로 읽힌다.

▲‘ 2026 제주포럼’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술적 준비는 상당 부분 진척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영식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친환경연료추진연구센터장은 “국내 전기추진 연안선박 실증이 이미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섰다”면서도 “상용화를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투자, 운항 사업자 인센티브, 제도 정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이 없어서 못 하는 단계가 아니라 정책과 투자, 실행체계가 따라붙지 못하는 단계라는 뜻이다.
이번 포럼이 던진 메시지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른 계통 포화 문제를 더 이상 송전망 건설만으로 풀 수 없으며, 전력을 실제로 소비할 산업 수요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항만은 전력 수요와 물류, 산업 전환, 지역경제를 동시에 묶을 수 있는 접점으로 꼽힌다. 제주와 전남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항만 전동화와 녹색해운항로를 매개로 한 초광역 협력 모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