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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탄소중립, 지역의 ‘열(熱)’에서 해답 찾자
조동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탄소전환연구실 실장
[투데이에너지]
탄소중립 생존 필수과제
기후 위기 시대, ‘탄소 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인 화학 산업은 그동안 화학 연료를 태워 엄청난 양의 열을 만들어 내며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제 이 뜨거운 열을 만드는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바로 ‘열에너지의 전기 화(Electrification)’이다. 화학 공정을 운영하기 위한 열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보일러에서 화학 연료를 태우던 방식 대신, 전기를 이용해 열을 만들어 내는 기술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전기를 이용해서 머리는 말리는 헤어 드라이기나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무탄소 에너지 공급으로 가능
여기서 더 나아가, 이 전기를 외부에서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화학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생산된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한다면 어떨까?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탄소 중립의 새로운 이정표다. 그동안 우리의 시선은 울산, 여수, 대산과 같은 대형 석유화학 단지에 집중되어 있었다. 물론 이들 대규모 시설의 전환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지방 곳곳에 흩어져 있는 중견·중소 화학 기업들이다. 이들은 거대 기업과는 달리, 탄소 중립을 위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소규모 시설 인근에서 신재생 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전원을 공급하는 ‘지역 밀착형 에너지체계’를 구축하면 두가지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지역 균형 발전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 산업 시설이 소비함으로써,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지방 산업 단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지역 내에서 완결되는 구조는 그 자체로 지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우리 중소·중견 기업들의 ‘생존’문제다.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은 공급망에 속한 협력사 들에게도 탄소 중립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른바 ‘탄소 무역 장벽’이다. 자체적인 대응 여력이 부족한 우리 중소기업에게 지역 기반의 무탄소 전력 공급은 이 거대한 파고를 넘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스텝 바이 스텝’전략 필요
물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는 늘 신중함이 따른다. 특히 대형 화학 시설은 생산 공정의 안전성과 연속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기술 적용에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스텝 바이 스텝 (Step-By-Step)’전략이 필요하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유연한 중소 기업 시설에서 먼저 기술을 실증하고, 성공적인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는 대형 화학 시설이 안심하고 탄소 중립 기술을 도입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신뢰의 근거가 된다. 소규모 실증에서 시작해서 대규모 스케일업 (Scale-up)으로 나아가는 ‘탄소 중립 선도 모델’을 만드는 것, 이것이 화학 산업이 탄소 중립이 라는 거대한 전환기를 돌파할 핵심이다.
탄소 중립은 혼자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지역 사회가 생산한 깨끗한 에너지와 그 곳에 뿌리내린 기업들이 손을 맞을 때 비로소 완성이 된다. 지방의 작은 화학 공장에서 시작된 이 혁신이 대한민국 전체 사업을 바꾸고,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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